2016/06/06
2월에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식단도 바꿔보기로 했다. 집에 있는 모든 양념을 버리고 무염 채식을 시도했는데 계란은 먹고 싶어서 먹었다. 대신 빵, 커피, 술을 끊었다. 처음으로 인스턴트 없이 건강한 재료로 꼭 필요한 양만큼만 장을 봐와서 뿌듯해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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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먹는) 채식 시작 |
이 때는 고구마와 계란에 꽂혀 있을 때였다. 양파가 먹고 싶어서 물에 계란과 같이 데쳤다. 간이 없어서 맛이 없을 것 같은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생각보다는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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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양파와 계란을 데친 것과 삶은 고구마 |
딸기가 너무 먹고 싶었다. 이 때부터 슬슬 열매채식으로 넘어가 계란도 먹지않는 비건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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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
금귤도 먹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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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귤 |
버섯이 먹고 싶어서 몇가지 사다가 물에 삶아서 먹었다. 간을 안해도 버섯 감칠맛이 있어서 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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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삶은 버섯 |
황성수 박사님이 애호박같이 덜익은 채소는 영양가가 떨어지니 먹지 말라고 했지만 먹고 싶어서 먹었다. 애호박은 간 없이 물에 살짝 데치기만 했는데도 달달하니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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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데친 애호박 |
본격적으로 열매채식 시작했다. 두유는 액체식품이라 혈당을 급하게 올린다고 하는데 이미 사놓은 걸 버릴 수는 없으니 먹었다. 과일은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고 실온에 널어놓고 후숙하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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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채식 시작 |
고질적인 변비로 유전적으로 장이 이렇게 태어났나보다 했었는데 채식하면서 변비가 사라지긴 했다. 내 장은 잘못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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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채식 시작 |
상추가 너무 먹고 싶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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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와 생파프리카 |
한국에서 열매채식은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몇가지 안되고 비싸기 때문에 지속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주야장천 바나나와 사과 따위만 먹다가 좀 물려서 평생 좋아한 적이 없던 오렌지도 한번 사봤다.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고 해서 베이킹소다로 빡빡 씻어서 통째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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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먹는 오렌지 |
과일은 돌아서면 배고팠다. 그건 가짜 배고픔이라고 하던데 어쨌든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견디기 힘들었다. 점점 배가 뽈록해질때까지 먹거나 하루종일 먹는 날이 많아졌다. 무염으로 과일과 채소만 먹었는데도 한달만에 2kg가 늘어났다. 이건 자연스럽지 않고 나에게도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열매채식은 그만둬 버렸다. 대신 모든 채소와 과일 곡류를 날것으로 먹는 생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아직 채식 포기 못했다.
하얀 진이 살아있는 생고구마는 맛도 의외로 괜찮고 먹고 속도 편안하다. 대신 턱에 근육이 생겨서 못생겨질 수 있다. 턱이 아파서 몇 일 먹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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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고구마 |
봄동배추가 먹고 싶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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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배추 |
시금치가 너무 싸서 한단을 샀는데 생식을 하기로 했으니 생으로 먹었다. 시금치를 생으로 먹는 것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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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 토마토, 생시큼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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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견과류 |
현미도 불려서 생으로 씹어 먹기 시작했다. 곡류를 오랫만에 먹어서인지 처음에는 너무 맛있어서 드디어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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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매생채식 |
위 사진의 현미가 종이컵 1개 분량이었는데 살이 더 찌는 느낌이 들어서 양을 2/3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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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생채식 |
그러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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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생채식 |
생현미를 먹으면서 턱이 또 자라나기 시작했다. 생채식의 가장 큰 난관은 배고픔보다도 턱이 커져서 못생겨진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피부가 가렵고 곱던 피부에 면포가 돋았으며 하루종일 졸음이 쏟아지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명현현상이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명현현상은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나의 열매생채식과 생채식은 두 달만에 끝이 났다.
가장 최근의 장바구니. 생선이나 고기 등 동물성 식품도 먹는다. 자주 먹는 것은 아니지만(원래 냄새 때문에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당길 때에는 챙겨 먹는다. 대신 채소도 함께 충분히 먹으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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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물성 식품도 먹는다 |
채식을 한다고 살도 안 빠졌고 식비도 평소보다 많이 들었지만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빵과 과자, 커피에 찌들어 살면서도 단지 입에 달고, 가격이 싸니까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전혀 자각하지 못했었는데 설탕과 밀가루와 커피를 끊고 금단증상을 겪으면서 음식이 얼마나 무섭고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채식을 오랫동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내 몸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인스턴트나 정제된 식품도 먹더라도 알고 먹는 것과 손에 잡히는 대로 막 집어먹는 것은 분명 다르니까. 더 많은 시행착오들을 경험하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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