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가볼 만한 곳 베스트 10
1 세계문화유산 속리산 법주사
한반도의 불교사찰은 도시에 세워진 사찰과 산지에 세워진 사찰로 나눠지는데,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도시의 사찰은 거의 사라졌고 산지의 사찰들은 살아남아 불교 신앙을 바탕으로 종교, 의례, 강학, 수행 활동 등의 종합적인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이어가게 됩니다.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지정된 7개의 사찰은 종합적인 한국 불교 승원으로서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찰들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속리산 법주사는 그 중 한 사찰이지요. 입장료는 성인 5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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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속리산 법주사 |
속리산 법주사는 신라시대에 처음 법등을 밝혀 조선시대에 이미 60여 동의 건물과 70여 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大刹)로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거의 모든 건물이 불타버린 후 수차례의 중건 중수를 거쳐 오늘날에는 8개의 전각, 3개의 원, 10여 채의 요사채, 도합 30여동으로 1500년의 역사를 품고 호서제일의 가람(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웅보전은 팔작지붕 건물로서 지금의 건물은 2005년에 1624년(인조 2년) 벽암 대사가 중창한 이후 400년만에 옛모습 그대로 원형 복원한 것입니다. 대웅보전 안에는 보물 제1360호인 삼존대불이 있습니다. 흙으로 빚은 소조불상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기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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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915호인 대웅보전 |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지정된 사찰은 산기슭에 계류(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을 끼고 입지하며 주변 자연을 경계로 삼는 개방형 구조를 나타냅니다. 최소 규모로 축대를 쌓아 자연 지세에 순응하며 사찰의 영역 확대가 이루어지고요, 그래서 곡저형, 경사형, 계류형이 대표적인 사찰 유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금동미륵대불은 신라 혜공왕 때인 776년 진표율사가 조성하였다고 전해지는데, 구한말 대원군이 경복궁의 중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백전 화폐를 주조할 목적으로 불상을 몰수해갔습니다. 이 후 1964년 시멘트로 다시 불사했다가 붕괴 위험으로 해체되고 청동대불로 다시 조성되었는데 검게 변색되어버려 2000년에 들어서 개금불사하여 다시 복원한 것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거대한 크기로 인해 속리산 법주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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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미륵대불 |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5층 목탑으로 국보 제55호입니다. 신라성덕왕(720년)에 조성되어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가 1602년부터 사명대사와 벽암대사에 의해 다시 복원되었고, 1968년에 해체하여 수리한 것이 지금의 모습입니다. 벽면에 부처의 일생을 8장면으로 구분하여 그린 팔상도가 그려져 있어 팔상전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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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55호인 팔상전 |
이 외에도 국보 제5호로 지정된 쌍사자석등과 국보 제64호인 석연지를 비롯하여 경내에 각종 보물과 문화재들이 즐비합니다. 속리산에 가려면 법주사 입구를 지나야해서 매번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었지만 사찰 안에 들어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속리산 법주사는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한번 가볼만합니다. 공기도 너무 좋고 볼거리도 많고 사찰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아름답거든요. 그래서인지 속리산 일원은 한국 8경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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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64호인 석연지 |
2 속리산 오리숲길과 세조길
저는 차로 법주사 매표소 옆 주차장까지 올라왔는데요, 법주사까지 갈 때에도 오리숲길을 통해 산책할 수 있습니다. 오리숲길 들머리는 조각공원 가기 전에 있습니다. 오리숲길 들머리에서 법주사까지 약 2km 정도로 지하철역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로 백년 이상의 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숲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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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오리숲길 들머리 위치 |
법주사 안으로 들어오면 총길이 3.2km 정도로 복천암까지 가볍게 트래킹할 수 있는 속리산 세조길이 있습니다. 완만한 경사의 숲길과 계곡 옆을 지나는 나무데크길이 이어져 있어 경치를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아요. 세조가 마음의 병을 고친 곳으로 알려진 복천암도 그리 작은 암자가 아니라 가볼만 합니다. 가벼운 당일 여행으로 오리숲길 + 법주사 탐방 + 세조길 트래킹 코스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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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세조길 |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속리산 조각공원이 있었어요. 소나무가 너무 멋지더라고요. 속리산은 나무가 다 고목들이라 키도 크고 수형도 하나같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벚나무들도 벚꽃이 다 진 상태인데도 왜 그렇게 예쁜지..
3 속리산 정이품송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들머리에 있는 보은 속리 정이품송은 높이 16.5m, 둘레 5.3m이며 수령은 약 600년으로 추정됩니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임금이 타고 있던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랫부분 가지에 걸리게 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위로 들어 올려 임금의 가마가 무사히 지나가도록 했다고 하며 이를 기특하게 여긴 세조가 그 자리에서 지금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정 2품의 벼슬을 이 소나무에 내렸다고 합니다. 이후 정이품송이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원래는 우산 모양의 아름다운 수형에 잎도 훨씬 풍성했었는데 병해충과 폭설 등으로 수세가 많이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보은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죠. 정이품송 옆 쪽으로 정이품송공원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둘러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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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103호인 보은 속리 정이품송 |
4 속리산 산채비빔밥거리
보은은 버섯, 대추, 산나물 등으로 만드는 한식 식당이 많은 것 같아요. 음식점이 많지 않고 그마저도 보은 군청 근처와 법주사 초입에 몰려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동선상 속리산 산채비빔밥거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제가 간 곳은 속리산산들맛집이라는 곳인데요, 그냥 깨끗해보여서 들어갔는데 여기가 맛집이더라고요. 속리산 산채비빔밥거리에 있는 식당들은 약초와 산나물 20여가지를 사용해 비빔밥을 만든다고 합니다. 밥 양이 좀 부족해서 도토리묵 무침을 추가했는데 맛있어서 배가 부른데도 다 들어가더라고요. 안 시켰으면 어쩔 뻔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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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 돌솥비빔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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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무침 |
5 삼년산성
보은 삼년산성은 우리나라 대표 석축산성으로 신라시대에 축조되어 신라가 서북 지방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전초기지로 사용되었습니다. 삼국사기에 축성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완성되어 삼년산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성의 둘레는 1680m, 최고 22m, 폭은 8~10m에 이를 정도로 두텁고 동서남북 4개소에 문지와 다수의 건물터가 남아 있습니다. 반원형의 치성과 성내 배수를 위한 수구 등 특이한 축성 양식과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어 고대 축성법 연구에 중요한 산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산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성곽을 따라 한바퀴 걸어도 좋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서문지만 보고가도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문지 위에서 보은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고 주변이 산철쭉 군락지라 사진도 예쁘게 잘 나옵니다.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해서 좋고 깨끗하게 잘 가꿔져 있어서 여기는 한번 가볼만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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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235호인 삼년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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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산성의 주 출입문으로 추정되는 서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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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지 위가 산철쭉 군락지입니다. |
6 보은 우당고택
보은 우당고택은 1919~1921년 사이에 보성 선씨 선정훈이 당대의 제일가는 목수들을 불러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이 집은 안채, 사랑채, 사당의 세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북쪽에 사당을 배치하고 그 앞에 안채와 사랑채를 나란히 배치하여 전통적인 양반 주택의 배치와는 다릅니다. 또한 건물의 간살이나 높이 등을 크게 하는 등 개화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한옥을 시도한 것으로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선병국 가옥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네요.
안채에는 주인이 기거하고 있어서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넓은 마당에 처음보는 나무와 꽃들이 한옥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워 한번 가볼만 한 것 같습니다. 보은 우당고택은 문화관광해설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연중무휴로 운영됩니다. 보은군청 문화관광과에 예약 신청을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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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민속문화재 제134호인 보은우당고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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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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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고추장, 간장을 전통방식으로 직접 담궈 판매도 한다고 하네요. |
7 결초보은시장과 평화의 소녀상
보은종합시장에서 결초보은 시장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보은의 장날은 1일과 6일입니다. 운좋게 가는 날이 장날이라면 결초보은 종합시장을 들러보세요. 가벼운 지역 먹거리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근처에 있는 뱃들공원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충북에는 청주와 제천에 소녀상이 있는데, 보은에는 충북에서 유일하게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살고 계시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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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들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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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들공원 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
8 열두굽이 말티재
말티재는 신라가 삼년산성을 쌓을 때부터 주요 교통로로 이용했던 길이라고 합니다. 이후로도 고려 왕건, 조선의 태조와 세조 등 역사 속의 인물들도 속리산 법주사에 가기 위해 말티재를 건너야 했는데, 오래전에는 좁고 가파른 산길이었어요. 조선의 세조 임금도 속리산에 행차할 때 급경사지로 가마 이동이 어려워 말로 갈아타고 고개를 넘고나서 다시 연(임금이 타는 가마)으로 바꿔 타야했는데 이로부터 말티고개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마치(馬峙)라고도 합니다.
보은읍내에서 속리산으로 향하는 말티재 고개의 정상에 있는 터널은 속리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길이라고 하여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으로 통합니다. 1층은 터널이고 2층에는 꼬부랑길 카페와 속리산 둘레길 1코스와 연결되는 꼬부랑길(약 10km)의 들머리가 있습니다.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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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으로 가기 위해 이 터널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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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속리산 관문인 말티재 |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 위에 말티재 전망대가 있어요. 높이 20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미니 스카이워크도 있고 열두번 굽이치는 말티재를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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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티재 전망대 |
말티재 들머리에서 해발 430m의 정상까지 약 1.5km의 짧은 거리를 굽이길이 열두 번도 넘게 이어지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과연 장관이었습니다. 말티재는 봄 · 가을에 특히 경관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출사지이기도 합니다. 철쭉을 기대했습니다만 말티재는 벌써 여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저멀리 속리산 자락도 조망할 수 있고 산바람도 너무 상쾌하고 보은에 가면 꼭 한번 가볼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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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굽 말티재 |
말티재 1봉우리에서 보은 읍내 방향으로 뻗어내린 줄기에는 국립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도 있습니다. 휴양림에는 숲 속의 집 16동이 마련되어 있으며, 산책로 2.5km와 속리산 말티재 정상과 연결된 등산로 1.5km가 개설되어 있고, 정자와 같은 편의 시설도 갖춰져 있습니다. 꼭 숙박하지 않아도 숲 속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예요. 나라에서 운영하는 거라 입장료는 천원으로 매우 저렴합니다. 보은에는 캠핑장이 꽤 많더라고요. 아무래도 속리산 자락에 있어 트래킹 겸 캠핑하기 좋은 환경이라 그런 것 같아요. 나중에 보은을 다시 찾게되면 그때는 1박 하고 가려고 합니다.
9 솔향공원
액티브한 레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솔향공원을 추천합니다. 솔향공원에는 수동+자동이 혼용된 형태의 스카이바이크가 있어 힘들이지 않고 울창한 소나무 숲 속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8개 코스로 구성된 길이 1,883m의 산악 짚라인과 출렁다리가 있어 속리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스릴도 느낄 수 있고요. 속리산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모노레일도 있습니다. 등산하지 않아도 엄마 품처럼 푸근하면서도 아름다운 속리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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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스카이바이크, 스카이레일, 모노레일, 짚라인, 출렁다리 (출처=보은군청 관광책자) |
10 갤러리카페 도자기정원
개인적으로 여행의 백미는 카페에서 단 거 먹으면서 휴식할 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카페 검색을 제일 열심히 했습니다만 보은은 군이라 괜찮은 카페가 많이 없더라고요. 4월 7일에 오픈하여 새 거 느낌이 뿜뿜하는 갤러리카페 도자기정원은 화가 남편과 도예가 아내가 운영하는 테마카페입니다. 도자기 가게를 겸하고 있고 카페 내부에 갤러리처럼 그림 작품도 많이 걸려 있어 볼거리가 많아요. 보은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카페인 것 같아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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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정원 외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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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갤러리와 도자기 가게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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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정원 내부 전경 |
그리고 가시면 대추차 드세요. 보은 특산품인 대추를 매일 조려서 만든다고 하시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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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차 |
비닐 하우스 뷰이지만 일몰을 볼 수 있습니다. ^^ 저녁에 가면 더 예쁜 카페네요.
보은은 속리산이 땋 있으니까 더 말할 필요 있을까 싶습니다. 황사비가 내려도 공기가 깨끗하게 느껴질 정도로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엄마 품 속같은 푸근함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곳이니까요. 저는 이번이 10년만의 방문이었지만 속리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마음 속에 품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냥 한번 가면 될 텐데 마음 먹는 게 늘 힘들죠. 가기 전에도, 가서도, 그리고 다녀온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그립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름다운 보은으로 한번 떠나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