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파스로 신발 복원하는 방법

헌 신발 줄게 새 신발 다오

헤비 쇼퍼 시절 저는 신발을 특히 좋아했는데 신발은 신는 용도가 아닌 스트레스 해소용 컬렉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비우게 되었는데요, 신발 비우기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였답니다. 그렇지만 많은 고민과 꽤 긴 시간을 들여 어렵게 비워내기 시작해 지금은 정말 다 신는 신발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안되는 신발을 매일같이 출동시키다보니 신발이 금방 낡아버리더라고요. 버리고 새로 살까 하다가 겉은 낡았지만 아직 아웃솔은 거의 닳지 않았고 방수도 완벽하게 되는데다 여전히 좋아하는 신발이라 좀 아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가죽 신발을 물티슈로 열심히 닦아가며 나름 깔끔하게 관리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가죽에 가장 주의해야할 것이 물과 접촉하는 것이더라고요. 잘못된 관리로 신발이 수명보다 일찍 손상된 것 같아 무지한 나 자신을 잠시 탓해봅니다. 😭

신발 복원은 사실 전문가에게 맡기면 가장 간단합니다. 그렇지만 배보다 배꼽이 크면 안되죠. 어떻게 고쳐 신을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크레파스만 있으면 집에서 셀프로 신발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한번 해봤습니다. 



크레파스로 신발복원하는 방법

준비물은 집에 다 있을 법한 것들입니다. 크레파스, 구두약(폴리쉬), 구두솔, 마른 수건, 드라이기만 있으면 됩니다. 크레파스는 신발 색깔과 맞는 색이 필요해요. 많이도 필요도 없으니 누구 아이있는 집에서 빌려 쓰는 것도 괜찮겠네요. 저는 750원밖에 안 해서 그냥 구입했습니다. 

셀프 신발복원 준비물


먼저 신발 상태를 보여드릴께요. 흰색 스니커즈는 메탈 소재의 버클이 닿는 부위에 가죽이 볏겨 지고 변색되어 지저분한 상태이고, 검은 플랫 슈즈는 가죽이 얇아 발 안쪽에 스치는 부분이 닳아 구멍이 나고 전체적으로 변색이 많이 되어 많이 낡은 모습입니다.


먼저 신발을 구둣솔로 부드럽게 쓸어 먼지나 이물질 등은 깨끗이 제거합니다. 그 다음 신발 색깔에 맞는 크레파스로 탈색되거나 흠집이 있는 부분에 열심히 칠합니다. 


신발 색에 맞는 크레파스를 문제 부위에 칠합니다.

깨끗해졌네요.


크레파스를 칠한 부분에 드라이기를 5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10~20초 정도 조심스럽게 열을 가하면 크레파스가 식용유 바른 것처럼 순간적으로 녹는 것이 보입니다. 그러면 재빨리 손으로 문질러 고르게 잘 펴 발라 줍니다. 너무 과한 열을 가해 가죽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신발 한켤레 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갑니다.


작업 후에는 신발이 무광처럼 보이는데요, 크레파스는 스크래치나 흠집을 메꿔주고 변색된 부분에 색을 입히는 역할입니다. 손에 뭍어나오고 광이 죽기 때문에 광택제로 코팅을 한번 더 해주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구두약을 한번 먹이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았습니다. 구두약은 신발에 맞는 색을 선택해서 사용하면 되는데, 저는 흰색 신발과 검은색 구두에 다 쓸 거라 무색 구두약 하나만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무색 구두약은 시중에 잘 없어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구두약은 구두솔에 묻혀 소량씩 나눠 잘 펴 발라 주고 같은 구둣솔로 쓱쓱 문질러주면 광이 살아납니다. 구두약은 왁스 성분이기 때문에 가죽에 잘 먹여주면 보습 효과가 있어 가죽이 부드러워지고 추가손상을 예방해줍니다. 



그런 다음 마른 헝겊으로 부드럽게 닦아 마무리하면 광이 반질반질 또 한 번 살아납니다. 


자, 그러면 비포 애프터 비교해보겠습니다. 가장 고민이었던 흰색 가죽 스니커즈의 앞코에 찍힌 부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자세히 보면 약한 스크래치 들은 다 메꿔졌지만 너무 심한 손상은 크레파스로 완전히 복원은 안되네요. 감쪽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쓸만해져서 한참 더 신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포(왼쪽) & 애프터(오른쪽)


흰색 스니커즈보다는 검은색 구두에 효과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구멍이 뚫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꽤 그럴 듯 해졌죠?

비포(왼쪽) & 애프터(오른쪽)

비포(왼쪽) & 애프터(오른쪽)
비포(왼쪽) & 애프터(오른쪽)


크레파스만 도포하고나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구두약까지 먹이고 나니까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가죽 구두는 구둣솔을 이용해 건식으로 이물을 제거하고 슈 크림을 바른 후 광택제를 코팅하는 식으로 관리하면 스크래치에 훨씬 강해져서 오래 신을 수 있습니다. 진작에 관리하면서 신을 것을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이건 제가 참 좋아하는 가방인데 바닥에 많이 닿는 가방 밑 부분 가죽이 변색되었어요. 내친 김에 가죽 가방도 똑같은 방법으로 해봤더니 효과가 너무 좋습니다. 손상이 심하지 않아 가방은 더 감쪽같네요. 

비포(왼쪽) & 애프터(오른쪽)


가죽 크림은 따로 파는 것을 발라도 되지만 집에 있는 올리브 오일이나 바세린을 얇게 펴 발라 보습해주어도 효과가 좋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