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프론(PTFE) VS 과불화화합물(PFOA)
불소수지(Polytetrafluoroethylene, PTFE)는 1938년 미국 화학기업 듀폰 사에서 만든 합성물질로 1945년부터 테프론(Teflon)이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되었다.
![]() 듀폰사의 테프론 상표 |
이 기술은 처음에는 원자탄을 만들기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사용하려고 개발된 것인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54년 프랑스 화학자 마르크 구레구아르는 테프론을 후라이팬에 코팅하여 음식물이 눌어붙지 않도록 하고 특허를 내게된다. 이 후라이팬을 정식으로 판매하기 위해 1956년 테팔(Tefal)이 설립되었으며 이로부터 테프론 코팅 후라이팬은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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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달라붙지 않는 후라이팬 테팔> 광고 |
여기서 구분해야하는 것은 테프론은 과불화화합물과는 다른 물질이라는 점이다. 위해성 논란이 되는 것은 PFOA, PFOS와 같은 과불화화합물이며 테프론(불소수지, PTFE)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group 3(인체발암 비분류 물질)로 인체에 발암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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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프론과 과불화합물의 분자구조 비교(출처=식약처) |
과불화화합물(Poly- & Per-fluorinated Compounds, PFC)은 탄화수소 기본 골격 중 수소 원자가 불소로 모두 치환된 형태의 물질이다. 탄소와 불소의 강한 공유결합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안정하여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과 인체에 쉽게 축적된다. 과불화합물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PFOA(과불화옥탄산)와 PFOS(과불화옥탄술폰산)이 대표적이다.
PFOA는 원래 3M사에서 만든 건데 표면특성이 독특하여 지난 50여 년 간 산업계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Prevedouros et al, 2006). 특히 듀폰에서 테프론을 프라이팬에 코팅하기 위한 가공보조제 (원활한 중합반응을 위하여 보조적으로 첨가되는 물질)로 PFOA를 이용해 왔는데, 듀폰은 자체 연구를 통해 발암가능성, 태아기형, 간이 비대해지는 등의 인체 독성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였다. 약 50년 동안 테프론 중합제로 사용하여 이 제품을 유통시켰으며 심지어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PFOA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그 위해성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듀폰의 공장이 있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동물과 주민들이 무분별한 PFOA 폐기물 배출로 피해를 입으면서 PFOA의 유해성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 당시 한국에서도 엄기영 앵커가 PFOA의 유해성을 보도했다. |
변호사인 롭 빌럿은 홀로 듀폰에 맞서 싸운 끝에 결국 8,000억 원 배상을 받게 되었으며 20년에 걸쳐 이어진 이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 이야기는 다크워터스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된다.
인류의 99%는 이미 중독되었다!
인간이 만든 합성 물질은 수년 수십년이 지나든 나중에는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대부분의 합성물질이 만들어졌다고 본다면 인간이 사용한 시기는 고작 백 년도 채 안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합성물질로 환경은 이미 오염되었고, 듀폰사건처럼 이미 누군가 많은 대가를 치렀고, 아마도 앞으로도 치러야 할 대가들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2006년 EPA는 2010/2015 PFOA Stewardship program에 따라 듀폰에게 2015년까지 PFOA의 사용을 금지했고, 이후 듀폰은 더 이상 테프론 제조에 PFOA를 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소한 무려 2005년까지도 썼다는 거. 그리고 듀폰만 PFOA를 만들고 사용하는 건 아니고 산업적 이점이 많아 아직 전 세계적으로 금지된 물질도 아니라는 사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식품이나 식품용 기구 등에 대해 과불화화합물의 기준 및 규격을 설정하고 있지 않다.
대신 2014년 식약처에서는 과불화합물에 대해 인체노출 안전기준인 일일섭취한계량(TDI㎍/kg bw/day)을 설정하였는데 (* 일일섭취한계량 : 평생 섭취해도 건강상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양), 국내에 유통되는 불소수지 코팅된 주방기구에서 PFOA 검출 수준은 불검출~1.6 ppb(평균 0.034 ppb)로 안전성 평가 결과 식품용 기기로부터 이행되는 양은 TDI 대비 0.003%로 안전했다고 한다. 국내 모니터링에서 PFOA와 PFOS 체내노출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낮거나 비슷했고, 식품을 통한 1일 노출량을 TDI와 비교했을 때 식품을 통한 노출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불소수지에 PFOA가 들어있어도 프라이팬 코팅공정 중 430C 정도에서 소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PFOA가 잔류되어 섭취할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적으로 코팅 프라이팬 써도 안전하긴 하지만 환경과 내 몸에도 PFOA가 분명 존재하고 있긴 하다는 뜻인 것 같다. 식약처는 늘 보수적이고 미덥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믿을 구석은 식약처 밖에 없으니 나는 그냥 믿고 코팅 후라이팬을 쓴다. 그러나 안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