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타일눈의 범인은 바로 이것

친환경 세제는 정말 친환경일까

몇 년 전에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3 총사가 친환경 세제로 소개되면서 갑자기 핫해진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대중화되어 브랜드도 많아지고 마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죠. 저는 생활비 절약 방법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친환경 세제 3 총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저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활용도가 높아 잘 맞더라고요. 제가 흰색 옷이 많은데 흰색 의류를 하얗게 관리할 때 쓴다든지 소창 수건을 정련한다든지 스테인리스 제품을 관리하는 용도 같은 것들이죠. 

과탄산소다 + 구연산 또는 베이킹소다 + 구연산 또는 과탄산소다 + 베이킹소다 이렇게 섞어 쓰시는 분들 많죠. 과탄산소다나 베이킹소다에 구연산을 섞으면 거품이 많이 일어 왠지 깨끗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중화되어 물과 같아지므로 섞으면 세정효과가 상실됩니다. 배수구 청소 또는 막힌 거 뚫을 때 그렇게 많이 쓰던데 저도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효과는 없었어요. 이론적으로도 효과가 없는 게 당연하고 실제로 해봐도 효과가 없고 왜 섞어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심지어 섞은 상태로 나오는 시판 제품들도 있는데요, 진짜 효과가 있어서 섞여 나왔다기보다는 일종의 마케팅 같아요.

섞으면 거품이 일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문지르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연마작용에 의해 세척이 되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베이킹소다는 안 쓰고 과탄산소다와 구연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뭐, 쓸모가 없어요.ㅎㅎ 베이킹소다로 치약 만들어서 양치하는 사람이 있길래 따라 해 봤다가 잇몸이 갈리는 경험을 했고요.

베이킹소다를 세탁세제 대신 써봤는데 때도 안 지워지고 물로 빤 것과 다름이 없더라고요. 과탄산소다처럼 살균·표백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베이킹소다는 과탄산소다보다 pH가 낮아 세탁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과탄산소다와 섞으면 pH를 떨어뜨려 세정효과가 저하됩니다. 실온의 물에서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남은 알갱이로 인해 연마 효과가 있어 때가 지워질 수는 있지만 그건 과탄산소다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올 봄에 이사했을 때 입주 청소가 제대로 안되어 있어 제가 청소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었어요. 남학생이 살던 집이라 그런지 준공된 지 1년밖에 안된 집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인덕션도 눌은 때가 잔뜩 끼여 있었고요. 도망가고 싶었지만 별 수 있나요. 계약금도 보냈고 이사짐도 다 들여놨으니 청소해서 살아야죠. 아래와 같이 심하게 찌든 인덕션 눌은 때도 과탄산소다로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베이킹소다보다 물에 잘 안 녹기 때문에 연마 효과에 의한 찌든 때 제거 효과는 오히려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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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테인리스에도 곰팡이가 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화장실에 창문도 없는데 문을 쳐닫고 살았나봅니다. 스테인리스 곰팡이도 과탄산소다로 지웠습니다. 철수세미는 스테인리스보다 경도가 강하기 때문에 스크래치가 남아요. 반복되면 녹이 슬고 수명이 짧아지거든요. 스테인리스가 녹이 절대 슬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과탄산소다로 흠집 없이 때를 지울 수 있었습니다. 힘은 좀 들어요. 생밤을 한 1kg정도 깐 느낌입니다. 그래도 손가락을 잃고 깨끗함을 얻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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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표백이나 살균 효과는 락스가 월등하게 좋습니다. 가격도 과탄산소다보다 저렴한데 소량으로도 효과가 나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고요. 만약 락스에 냄새가 없다면 과탄산소다를 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락스도 하수구로 들어가서 거의 백 프로 분해되어 물이 되니까 친환경이나 다름없거든요. 과탄산소다가 아니라도 아주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방법이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던 겁니다. 간혹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구연산을 천연 세제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맞지 않는 표현인 것 같아요. 누가 봐도 화학물질이니까요. 

구연산은 섬유유연제 대신 사용합니다. 과탄산소다의 높은 pH를 중화시켜 옷감 손상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쓰지만 사실 구연산은 넣으나 안 넣으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과탄산소다로 세탁하면 옷감은 손상되기 마련이고, 구연산으로 중화는 될 지 몰라도 섬유 유연 효과까지 바라는 건 무리예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ㅎㅎ

다만 스테인리스의 물때(미네랄 얼룩)을 제거하는 데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습니다. 스테인리스로 된 전기포트도 차 많이 끓여먹고 하다 보면 물 때가 금방 끼는데 구연산 조금 넣고 끓여주고 잠시 방치했다가 수세미로 문질러 주면 새것처럼 깨끗해집니다. 한 번으로 안되면 여러 번 반복하면 되고요. 스테인리스로 된 프라이팬이나 수전, 싱크대 등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구연산으로 스테인리스의 미네랄 얼룩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비포(왼보이차를 자주 끓여서 물때에 검게 착색이 되어 좀 더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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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곰팡이처럼 약하게 곰팡이가 꼈을 때 구연산을 물에 풀어서 수세미를 적셔 문지르면 지워는 집니다. 검게 찌든 곰팡이는 효과가 없고요. 사실 구연산수 없이 수세미로만 문질러도 지워지기는 해요. 다시 말해 구연산 자체는 곰팡이 제거 효과가 없습니다. 제거는 안 되는 것 같고 정균 작용에 의해 곰팡이 억제효과를 기대한다면 구연산 성분이 표면에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데요, 사실 그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늘 말이 길어졌네요.

저는 욕실 청소를 수년간 구연산으로 했어요. 곰팡이 생기지 말라고 구연산수를 뿌려놓기도 했는데 금방 올라옵니다. 구연산의 정균 효과는 그리 강하지 않아요. 구연산수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타일줄눈이 메꿔진 높이가 낮아지는 듯하고 부서지고 떨어져 나가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눈으로 보면서도 영문을 몰랐습니다. 집을 거지같이 지어놓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지요. 타일줄눈에 사용되는 백시멘트는 석회성분으로 알칼리이기 때문에 산성인 구연산에 반응하여 녹습니다. 그래서 스테인리스 수전의 물때 제거 외 줄눈에는 식초나 구연산으로 청소하면 안돼요. 

구연산수로 욕실청소를 지속했을 때 타일줄눈이 녹아 손상될 수 있습니다.


몇 년 사용하면서 깨달은 건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구연산은 사용하기 전에 공부가 꼭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적절한 용도로 쓴다면 효과적일 수도 있고 잘못 사용하면 효과가 없거나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삼총사로 모든 걸 대체할 수는 없다'입니다. 

요즘은 세탁할 때 과탄산소다만 쓰지는 않고 액체세제와 겸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탄산소다는 흰 옷에 표백이 필요할 때에만 쓰고요, 스테인리스 물때는 평소에 문질러 청소하고 물기를 제거해서 관리해요. 그리도 곰팡이 제거는 락스처럼 효과적인 게 없습니다. 문지르지 않고도 물로 헹궈주기만 해도 깨끗해질 뿐만 아니라 살균이 되니까 한번 청소해놓으면 오래가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