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 시국에 헌혈하면
코로나 19로 인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지도 두 달이 다 되어가네요. 그런데 이렇게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와중에도 수혈이 필요한 환자는 존재하고, 언제든 내가 수혈을 받을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서 얼마 전에는 30회를 채워 은장 유공장도 받게 되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헌혈을 하려니 좀 불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실제로 2003년 SARS나 2009년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던 기간 동안에도 전 세계적으로 헌혈이 10-30% 감소했다고 합니다(ISBT Sci Ser 2009). 이런 시기엔 병원이나 헌혈의 집처럼 고위험 장소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할 수 있는 물질도 없는 데다 오래 보관할 수도 없으니(농축적혈구 35일, 혈소판 5일) 헌혈이 아니면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살릴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부터 치명적인 폐렴에 이르는 다양한 중증도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하나의 큰 바이러스 계통을 의미합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사스(SAS-CoV)와 메르스(MERS-CoV)도 지금의 코로나 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COVID-19)처럼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동물 유래의 코로나 바이러스였죠. 이런 호흡기바이러스는 호흡기로 전파되는 것이 주요 감염 경로인데, 이는 바이러스가 코와 목 안쪽의 인후두에서 증식하고 입과 코를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작년 중국 우한에서는 COVID-19 입원환자 41명 중 유증상자 6명에서 혈장이나 혈청에서 코로나 19 RNA가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있었고, 혈액과 소변, 대변과 같은 배설물에서도 COVID-19가 검출되었다는 내용이 학술논문으로도 발표되었어요. 모든 바이러스가 그렇듯 코로나 19도 인후부의 점막을 통과하여 침범하면 혈액으로 들어가서 몸 전체에 퍼질 수 있으니 혈액과 배설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검출되는 것과 감염력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죠.
이제껏 사스나 메르스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의 수혈 매개 전파 감염의 사례는 없었고(출처=WHO), 코로나 19도 창궐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까지 혈액 매개 전파가 확인된 보고는 없습니다(Transfus Med Rev 2020). 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COVID 19 확진 전 14일 이내에(최대 잠복기) 헌혈한 13건을 발견했을 때 헌혈 혈액에서 코로나 19 유전자 검사가 모두 음성이었어요(2020년 3월 KBS 뉴스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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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전 헌혈 혈액에서 코로나19 음성 확인 (출처=KBS뉴스) |
한 달 후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 19 환자 74명에서 얻은 혈청, 뇨, 분변 총 699건에서 코로나 19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여 24건에서 유전자를 검출하였고 이를 배양 검사하였으나 분리된 바이러스는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2020. 4. 26 배포된 보도자료). 이는 바이러스가 배양이 가능하지 않을 만큼 미량만이 존재했거나, 이미 사멸하여 감염력을 잃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각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뜻합니다. 그만큼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예요.
WHO에서도 호흡기 외 다른 경로로 코로나 19가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헌혈자의 혈액에서 COVID 19에 대한 감염 검사는 아직 권장하지 않고 있고, COVID-19 감염방지를 위한 혈액제제의 병원체 불활화 기법도 전혈은 유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 대비 유용하지 않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혈장 분휙제제를 위한 제조공정 과정에서는 COVID-19 바이러스가 불활 되어 제거되므로 이로 인한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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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소판 성분헌혈 |
그러나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감염 능이 있는 무증상 감염자가 헌혈 호발층에 많아 헌혈 혈액 중 감염자 혈액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혈액 매개가 아닌 호흡기 매개 바이러스이므로 WHO에서는 무증상 개인으로부터 채취한 혈액의 수혈에 의한 잠재적 위험은 이론적이라고 말했고, 미국 AABB(American Association of Blood Banks), FDA 및 CDC 또한 문진 강화와 헌혈자 배제 등의 안전조치 외 추가적인 조치는 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헌혈 전 문진을 통한 자발적 배제 이외는 특별한 조치는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예요(Kor J Blood Transfus 2020).
그러니까 혈액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수혈을 통해 감염될 확률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저는 수혈받는 사람 걱정보다는, 헌혈할 때 주사를 꽂아 상처가 나고 공기 중의 코로나 바이러스 떠다니다가 그 상처를 통해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제 걱정을 했습니다만. ㅎ 헌혈에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일회용일 뿐만 아니라 호흡기 매개성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완치자 혈장 공여 방법
코로나 19 완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혈장 속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는 항체가 있어 이 항체로 코로나 19 혈장 치료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 확진 후 격리 해제된 지 3개월이 경과한 후에 혈장 공여를 원하는 사람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혈액원을 방문하여 혈장 헌혈을 하시면 됩니다. 혈장은 혈소판보다 금방 채혈되어서 시간도 금방 끝나고(30분 정도 소요) 혈장 채취 후 14일이 경과하면 기증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시 공여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