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 희망하는 삶을 이끌고 있는가.
선택은 했으나 질질 끌려가고 있지는 않나.
그 방법은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인가.
그렇지만 무척 과격하고 때로는 이기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가끔 정신을 차려보면 고속도로에서 100km로 정주행하면서도 졸음 운전중인 것 같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려해도 어느새 눈꺼풀을 짓눌러버리는 졸음처럼 무기력함은 힘이 아주 쎈 놈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전속력으로 돌진 중인 나를 보면 이게 정말 내가 맞는 걸까.. 이 길이 맞는지 불확실성 투성이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그렇다면 목적지를 찾는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냥 길 위에서 걷는 것 자체가 인생인 것 같을 때가 많다. 그렇게 또다시 일어나 걷다가...그 발걸음이 이번에는 땅끝까지 다다랐다.
완도대교는 통일신라시대 해상왕이었던 장보고의 진취적 기상을 상징하는 무역선(교각구 부분)과 투구(주탑부 부분)을 형상화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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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대교 |
서울에서 천리나 떨어진 곳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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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남단 땅끝 마을 |
땅끝탑으로 가는 길은 가파란 나무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한다. 내려갈 때가 좋았지.
백두대간의 기가 모이는 응혈점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의 시작이자 끝인 곳이다.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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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탑 |
한반도를 뒤집어 놓은 것은 한반도의 시작점이라는 의미다. 이 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해남 8경 중 하나로 육단조범(陸端眺帆)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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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점 |
습하고 소금기가 섞여 있어 바람이 불어도 시원하지가 않았다. 땀에 원피스가 폭 젖어서 본의 아니게 thㅣ스루 룩이 되었다. 올라가는 내내 산모기까지 앵엥거리며 따라다니는 통에 해남까지 와서도 헌혈을 했다.
캐러멜이 코팅된 퀸아망과 통헤이즐넛이 들어간 패스츄리를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적당한 피로감이 평범한 커피와 디저트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체크인을 하고 간식을 사기 위해 다시 나오니 비가 다시 억수처럼 퍼붓기 시작했다. 맥주를 사기 위해 장대비를 뚫고 수많은 물 웅덩이를 뛰어넘었다. 옷과 신발을 희생하고 얻은 대가는 꿀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