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누구냐 넌
11월 중순인데 아직도 모기가 있어 잠을 설친다. 입동도 지났고 얼마 전에는 눈발이 흘낱리던 아침도 있었는데 이 생명체는 곤충계의 슈퍼박테리아라도 되는 것인가!
모기(Mosquito)는 곤충강(Insecta) 파리목(Diptera) 모기과(Culicidae)에 속하는 곤충을 이르는 말이다. 모기과에는 전세계에 3,587종이 존재하며 종에 따라 다양한 숙주의 피를 먹고 산다. 여기에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의 척추동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어류도 포함된다.
모기가 대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를 알려면 1억 7천만 년 전 중생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Edwards, F.W. 1923). 모기는 중생대 두번째 시기인 쥐라기 후기에 지금의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크기가 약 3배 정도 더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모기는 작고 연약하여 뼈가 있는 포유류와 같은 화석 기록은 매우 드문데, 일부 남아 있는 것 중에 가장 오래된 화석은 미얀마에서 발견된 중생대 세번째 시기인 백악기의 호박(소나무 송진 화석) 속에 있는 놈이다. 그리고 현재의 종과 해부학적으로 유사한 놈은 캐나다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의 호박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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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발견된 호박 속에서 1억년 동안 완벽하게 보존된 고대 모기. 지금하고 거의 흡사한 모습이다. (출처=구글) |
모기가 처음 출몰하여 번성했던 중생대는 끝무렵에 K-Pg 멸종(백악기-팔레오기(Kreidezeit-Paleogene) 대멸종 또는 공룡 대멸종으로 알려져 있다)이 일어난다. 이는 지질 시대 사상 5번째 대멸종으로 소행성 충돌로 인한 먼지 발생으로 햇빛이 차단되고 기후가 변화하면서 육상 생물종의 75%가 절멸한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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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 멸종은 지구상의 모든 종의 3/4가 멸종했던 대사건이다 (출처=구글) |
그렇지만 모기는 진저리 처지는 생명력으로 대멸종 시기에도 살아남았다. 이 후 오히려 더욱 번성하여 현재까지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살아있는 화석인 것이다. 2억 년이 좀 안되는 기간을 살아남은 고생물체를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그러니 고작 11월의 추위 따위로 사라질리가 있겠나!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
모기는 누구나 물릴 수 있지만 더 잘 물리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클리어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모기가 열, 습기, 시각적 신호, 그리고 피부에서 발산되는 냄새 물질과 같은 물리 · 화학적 신호에 반응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임신, 말라리아 감염, 알코올 섭취, 피부 상재균, 유전적 구성, 혈액형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잘 안 씻으면 모기에 잘 물린다는 이야기는 전적으로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기가 주로 후각에 의존하여 숙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맞기 때문에 어느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다.
대부분의 모기는 좀비처럼 아무거나 물어뜯는 것이 아니라 하나 또는 몇 개의 종만을 숙주로 선택한다. 이는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에 대한 후각 학습이 숙주의 종과 같은 종 내에서도 선호하는 개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bioRxiv 2017).
무서운 것은 인간을 우선적으로 무는 모기가 있다는 것이다. 뎅기열, 황열병 등의 전염병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Ades aegypti)는 인간의 피부에서 발산되는 술카톤(케톤의 일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가축과 인간이 함께 있다면 인간을 선택하는 것이다(Nature 2014).
한편 인간의 냄새에 반응한다는 뜻은 유인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기피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인간의 피부에서 발산되는 물질은 수백가지에 달하지만 소수의 화합물만이 모기의 후각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데, 술카톤(6-methyl-5-hepten-2-one; 6-MHO), 게라닐아세톤(Geranylacetone; GA), 옥탄알(Octanal), 노난알(Nonanal), 데카날(Decanal)이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술카톤과 게라닐아세톤을 적절한 비율로 분비하는 사람은 모기에 잘 물리지 않았다(Scientific Reports 2017). 안 씻어서 더 안 뜯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모기에 잘 안 뜯기는 사람도 절대 안 뜯기다는 뜻은 아니며,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매번 나의 체취 프로파일링을 하여 오늘 밤엔 씻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체취는 먹는 음식과 컨디션에 따라서도 매번 달라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결국 모기에 물리는 것은 복불복이라는 뜻이니 그냥 마음 편하게 모기향 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