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으로 화장실 냄새 제거 가능할까

프랑스 화장실에는 성냥이 있다

프랑스 화장실에는 성냥과 향수가 있다고 한다. 향수는 이해가 가지만 성냥은 담배 피우라고 있는 건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용변 본 후의 냄새 제거 목적이란다. 성냥을 한 개비만 최대한 끝까지 태운 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면 끝인데 이게 꽤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솔직히 내 동향은 향기롭지만 남의 동향은 썩 유쾌하지 않다. 집에 손님이 왔거나 내가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갔을 때 그분이 오시면 꽤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요즘은 화장실에 창문이 없는 경우도 있으니 성냥 한 개비로 냄새가 싹 지워진다면 해볼 만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성냥은 정말로 화장실 냄새를 지워줄까? 

궁금해서 성냥 구입한 새럼


성냥은 머리(두약)와 두약 바로 밑에 파라핀 왁스를 칠한 부분, 나무 손잡이 이렇게 3개 부분으로 나뉜다.

성냥갑에 붙어있는 적린(赤燐)은 붉은색 인(Red phosphorus)을 뜻하며 가연성 고체이다. 두약의 주성분은 염소산칼륨(염소산가리)으로 강력한 산화제이다. 적린과 두약에는 각각 유리가루 또는 실리카(규조토)가 들어있어 마찰력을 높여준다. 두약을 적린에 그을 때 마찰열로 인해 적린에 불꽃이 일면 그 불이 두약의 염소산칼륨을 산화시키면서 산소가 방출되어 연소를 돕는다. 두약에는 유황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황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점화되므로 가연제로서 불이 잘 붙도록 한다. 단, 황이 없어도 불이 붙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약 바로 아래 부분에는 파라핀 왁스(양촛물)이 묻어있어 불을 나무 부분으로 잘 번지게 한다. 성냥개비 제조 공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성냥이 발화하는 원리


방귀와 대변의 냄새 유발 화합물은 황화수소(Hydrogen sulphide), 메틸 메르캅탄(Methyl mercaptan)이다. 고약한 냄새와 함께 점화력을 가지고 있는 위험물질로 공기 중의 산소와 불꽃에 반응한다. 다시 말해 성냥의 불꽃이 악취가스를 소비한다는 이야기다. 이때 용변을 본 후 성냥을 켰다고 폭발의 위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안 해도 된다. 공기 중의 냄새 화합물은 분산되어 낮은 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성냥의 작은 불꽃으로 똥가스를 태워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냥 불꽃으로 모든 악취를 태워버릴 수 있다면 폭발을 일으킬 만큼 빠르게 연소시켜야 한다. 폭발이 일어나려면 공기 중에 적어도 4.3% 이상의 악취가스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똥을 아무리 많이 싸도 그렇게 고농도의 똥까스를 생산할 수 없다. 아마 그게 가능하더라도 성냥에 불을 붙이는 동작을 하기 전에 중독되어 사망할 것이다. 한마디로 성냥은 탈취효과가 없다. 


그런데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성냥 타는 냄새라 하면 보통 이산화황(Sulfurdioxide) 냄새를 말한다. 나무가 타는 그을음 냄새도 있지만 이산화황의 냄새가 강력하여 그을음 냄새는 잘 느끼기 어렵다. 이산화황은 성냥의 유황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만들어지며 매우 자극적이고 유독한데 보통 중국산 저렴한 성냥이 그렇다. 

우리 몸의 후각 수용기는 이산화황에 매우 민감하다. 이산화황은 후각신경상피를 구성하는 세포들에 손상을 줌으로써 후각기능의 상실을 유발한다. 이산화황의 농도에 따라 영구적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Kor J Otolaryngol., 2006). 성냥에 불을 붙이면 후각 수용기를 제압하여 잠시 동안 다른 냄새를 맡지 못하게 하여 냄새가 없어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 탈취가 아닌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인 것이다. 

성냥을 태울 때 나무와 파라핀 왁스가 타면서 그을음(Shoot)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을음은 작은 탄소 분자로 활성탄(activated carbon)처럼 냄새 입자를 흡착하여 제거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똥까스는 넓게 분산되어 분포하므로 성냥 한두 개 피로 발생하는 탄소 알갱이로 탈취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을음은 이산화황의 마스킹 효과에 밥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동향을 없애기 위해 시커먼 그을음, 황의 지나치게 자극적인 냄새를 감수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성냥 타는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플라세보 효과라도 효과적이라고 느낀다면 화장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성냥을 쓰는 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동향은 환기팬 등을 이용하여 적절한 환기로 제거하는 편이 훨씬 쉽고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성냥 중 황을 넣지 않고 만드는 것도 있다. 이런 고급 성냥은 불을 붙여도 냄새가 금방 날아가기 때문에 화장실 냄새의 마스킹 효과가 적다. 티라이트처럼 파라핀 왁스(paraffin wax)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똥가스보다 강력한 무엇인가가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화장실 냄새를 제거하지 못한다. 

예쁘긴 해도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