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조식을 먹은 후 한시간 정도 뒹굴거리다 체크아웃을 했다. 원래는 진도로 넘어가서 1박을 더 하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엉덩이가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결국 진도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덕분에 시간이 여유가 생겨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부안에 들려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햇살에 살이 타들어갈 듯 했다.
이태백이 술을 마시다 강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彩石江)과 그 모습이 흡사하다고 하여 채석강이라 부른다. 썰물 때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기에 물때를 잘 맞춰가는 것이 좋다.
언덕처럼 생긴 구릉이 닭이봉인데 자동차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주변그 아래는 거대한 해식동굴들이 만들어져 있다. 해식동굴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특히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출사지이기도 하다. 격포 해수욕장의 왼쪽은 채석강, 오른쪽은 적벽강으로 해변을 따라 걸으며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지만 나는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따꼼따꼼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고 피로곰 때문에 멀찍이서눈에 담았다.
주문했는데 달콤상콤한 것이 원기가 회복되는 듯 했다.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에어컨이 너무 쎄서 짧은 사이 뜨거운 열기가 다시 그리워져 금새 일어서야 했지만 말이다.
여름의 맛 체리콕 |
곰곰이 생각해보면 운동의 효과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싶다. 운동은 힘들지만 엔도르핀의 분비를 자극해 삶의 질을 높인다. 이 때 야외운동이 실내운동보다 심리적인 효과가 큰데,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각적·후각적 자극들이 실내보다 훨씬 풍부하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하늘의 청색과 숲의 녹색 등의 파장이 짧은 색들이 눈의 피로를 덜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본능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내 마음을 챙기는 방법이 여행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