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변산 앞바다와 체리콕

해남에서 조식을 먹은 후 한시간 정도 뒹굴거리다 체크아웃을 했다. 원래는 진도로 넘어가서 1박을 더 하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엉덩이가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결국 진도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덕분에 시간이 여유가 생겨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부안에 들려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격포 해수욕장은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 국립공원 안에 있다. 변산반도는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유일의 반도형 국립공원이다. 전라도에서 살던 때에 내소사에는 몇 번 들린 적은 몇 번 있지만 바닷가는 이번이 처음이라 설렜다. 코로나19로 출입명부를 작성한 후 확인도장을 찍고 입장했다. 이 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여서 그런지 사람은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한여름날의 변산반도는 햇살에 살이 타들어갈 듯 했다.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퇴적암층 단애로 썰물 때 드러나는 격포항과 닭이봉 일대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아울러 이르는 것으로 이태백이 술을 마시다 강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빠져 죽었다는 중국의 채석강(彩石江)그 모습이 흡사하다고 하여 채석강이라 부른다. 썰물 때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기에 물때를 잘 맞춰가는 것이 좋다.

전북기념물 제28호인 채석강 전경



채석강에 공룡 발자국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알고보니 진짜 공룡 발자국이 아니라 해식 작용으로 파인 작은 웅덩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웅덩이들은 돌개구멍이라고 부른다.


언덕처럼 생긴 구릉이 닭이봉인데 자동차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주변그 아래는 거대한 해식동굴들이 만들어져 있다. 해식동굴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특히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출사지이기도 하다. 격포 해수욕장의 왼쪽은 채석강, 오른쪽은 적벽강으로 해변을 따라 걸으며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지만 나는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따꼼따꼼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고 피로곰 때문에 멀찍이서눈에 담았다.


격포 해수욕장 앞에 카페가 있어 잠시 더위를 식히려 들렀다. 여름한정메뉴라는 체리콕을
주문했는데 달콤상콤한 것이 원기가 회복되는 듯 했다.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에어컨이 너무 쎄서 짧은 사이 뜨거운 열기가 다시 그리워져 금새 일어서야 했지만 말이다.



여름의 맛 체리콕



가끔 여행을 다니는 이유를 스스로 물을 때가 있다. 이렇게 힘든데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운동의 효과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싶다. 운동은 힘들지만 엔도르핀의 분비를 자극해 삶의 질을 높인다. 이 때 야외운동이 실내운동보다 심리적인 효과가 큰데,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각적·후각적 자극들이 실내보다 훨씬 풍부하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하늘의 청색과 숲의 녹색 등의 파장이 짧은 색들이 눈의 피로를 덜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본능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내 마음을 챙기는 방법이 여행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