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란
18세기말 독일의 남부 지방에서 상한 육류와 소시지를 섭취하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는데 이들은 진행성의 동공 산대(Mydriasis)와 근 이완마비를 보였다. 독일의 과학자 Justinus Kerner는 이를 소시지 중독증(Sausage poisoning)이라고 이름 붙이고 상한 소시지로부터 추출한 물질을 연구한 끝에 이 독소가 운동신경계의 신호전달을 방해한다는 가설일 제시하고 적은 용량에서 신경계의 과민반응에 치료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 후 벨기에 지방에서 보툴리눔 중독(Botulism)이 다시 한번 집단 발병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원인 균주가 처음으로 분리되었으며 바실러스 보툴리너스(Bacillus botulinus)라고 명명되었다. 현재에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으로 불린다. Botulinum은 라틴어로 소시지라는 뜻이다. 이 균주가 생산하는 독소는 신경독소(Neurotoxin, 신경에 독성이 있는 물질)로서 보툴리눔 독소(Botulinum toxin)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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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독소의 대부로 불리는 Justinus Kerner (출처=이상혁 외, 2012) |
보톡스의 작용기전
말초신경의 신경근 접합부 말단에서 운동신경 세포(Motorneuron)는 아세틸콜린(ACh,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여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근육이 기능하고 근긴장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보툴리눔 독소의 작용 메커니즘은 표적 조직에 특이적, 비가역적으로 결합한 후(①) 세포 내로 들어와(세포 내 이입, Endocytosis)(②) 아세틸콜린을 방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SNARE 단백의 기능을 방해함으로써(③,④)효과가 나타난다. 이 때, 보툴리눔 독소의 혈청형에 따라 영향을 받는 SNARE 단백질 복합체의 종류가 다르다.
보툴리눔 독소는 혈청형(Serotype)에 따라 7가지의 형태(A, B, C, D, E, F, G)가 있으며 이것은 균주의 변종에 따른 차이이다. A, B, E, F, G형의 5가지가 인체의 신경계에 작용하며 A와 B형이 다른 혈청형보다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임상에서 널리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A형이 B형보다 효능(독성)이 강하고 근육에 좀 더 강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보톡스라는 제품명으로 주름 없애는 주사로 널리 알려졌으나, 현재는 미용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안검경련, 사시, 다한증, 편두통, 뇌성마비, 이갈이, 신경병성 통증의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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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근 접합부 말단에서 보툴리눔 독소의 작용기전 |
보톡스 종류별 효과 차이
현재 상품화된 보툴리눔 독소 A형 제제로는 보톡스(Botox®), 디스포트(Dysport®), 제오민(Xeomin®) 등이 있으며 B형 제제로는 마이오블록(Myobloc®) 등이 있다. 이 중 보톡스(Botox®)는 1989년 미국의 제약회사인 엘러간(Allergan Inc.)이 처음으로 미국 FDA 승인을 받고 판매된 보툴리눔 독소라는 오리지널리티가 있어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며 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렇다면 효과도 앨러간이 가장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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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간 사의 보톡스(Botox) |
상용화된 모든 보툴리눔제제 완제의약품에 대한 역가는 유닛(Units)으로 표시되는데, 1 유닛은 특정 마우스에서 계산된 반수치사량(LD50, 투여받은 집단의 50%가 사망하는 용량)에 해당된다. 주름이 펴지는 등의 생리적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이 아닌 독소의 함량을 측정하여 표시한 것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합성된 의약품이 아닌 생물학적 제제로 살아있는 세포에 의해 생산되며 각 제품별 균종은 같아도 계열(Strain)이 다르다. 이에 따라 작은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며 같은 A 혈청형 독소라고 하더라도 생물학적 대사 과정 등에 차이가 나타난다. 또한 동일 균주라도 제조 방법에 따라서도 임상 프로파일이 변경될 수 있다. 그리고 제품의 희석제, 안정제 등의 성분에 따라서도 조금씩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제품별 동일한 유닛이라도 효능, 유지기간, 안전성 및 부작용 등의 생체 내 프로파일과 보관방법, 유통기한, 안정성 등에서의 차이가 있다. 다만 보툴리눔 균주가 만드는 독소는 종 고유의 특성으로 Strain 특이적으로 나타는 것이 아니며 세상에 존재하는 독 중 가장 강력한 독소로 여겨지는 만큼 Strain과 제조방법에 따른 차이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된 보툴리눔 독소의 구성은 직접 생리작용을 하는 독소 부분과 첨가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독소 부분은 신경독소와 비 독소 단백질의 복합체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앨러간, 제오민, 디스포트는 균주가 동일하고 제조방법만 조금씩 다른데 제오민의 경우 비독소 단백질을 제거하여 순수 독신만 정제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디스포트는 맞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고 앨러간을 오랫동안 시술받다가 가격이 부담되어 최근에 제오민으로 바꿔봤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효과와 지속기간은 앨러간과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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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간의 보톡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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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츠사의 제오민 |
이건 국산인 리즈톡스라는 제품인데 국산은 이것말고도 종류가 많다. 이름은 다 기억 못 해도 효과는 앨러간과 차이가 없었다. 국산은 가격이 저렴하니까 왠지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비싼 앨러간만 고집했었는데 말이다. 많은 종류를 시술받아 본 건 아니지만 미용적인 측면에 한해 전적으로 개인의 경험에 미루어 볼 때 보툴리눔 제제는 국산 제품을 써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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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온즈의 리즈톡스 |
보톡스 부작용
보툴리눔 독소는 비교적 안전한 약제로 미용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국소 부위에 소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 부작용의 발현빈도가 현저히 적다. 다만 일시적으로 두통, 반상출혈(Ecchymosis), 뺨근육에 주사 시 씹는 능력이 약해지는 구각약화증(Mouthangleweaknes), 안검하수, 멍, 발음곤란, 감각이상 등의 국소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효과가 영구적으로 지속되지 않고 비교적 가격이 비싼 것은 단점이지만 부작용이 생겨도 일시적이므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미용목적으로 시술받는 경우 많이 염려하는 부작용이라면 보톡스 효과가 떨어지는 보톡스 내성에 대한 것이리라 예상한다. 보툴리눔 독소 내에는 인체에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 성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을 일으켜 치료효과를 막는 항체(중화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데, 고용량(한번 치료에 200 유닛 이상)을 사용하거나 자주 주사하는 경우(3개월 이내) 항체가 잘 생성된다. 피부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한 번에 100 유닛 이하의 저용량을 사용하므로 항체 생성 문제는 무시할 수 있다. 제오민의 경우 순수 톡신으로 내성이 없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피부과에서 쓰는 용도라면 굳이 제오민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정기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받고 있다면 되도록 간격을 길게 두고 받는 것이 좋겠다.
보톡스 효과 나타나는 시기
주사 후 독소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24-72시간이 필요하며 보툴리눔 독소의 효과는 약 10일 정도에 정점을 찍고 거의 약 2~3개월 동안 지속된다. 이 후 근육 수축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데 4개월 이후부터 조금씩 다시 돌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6개월 후에는 더 많이 돌아오지만 처음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씩 시술받는 것이 효과의 유지 관리와 내성 발생의 부작용 측면에서도 안전하다. 그리고 효과는 국산 제품도 좋다!